각자읽기모임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 계기
자꾸 돌아오게 되는 ”책“
흔히 사회에서 책이 가진 높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내가 책에 가졌던 입장은 비슷했다. “넌 그냥 정보가 종이에 써진 것에 불과해. 유튜브 영상이랑 다를 것도 없어” 라는 그런 입장. 그런 나의 다소 삐딱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의 인생의 어느 지점에, 책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아마 자꾸 돌아오게 되는 건 책이 가진 여러 장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 책은 참 유용하다. 책이라는 형태는 텍스트는 빨리 읽을 수 있고, 저자를 잘 고른다면 정보의 신뢰도가 높은 양질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볼 수 있다.
- 책은 멋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뭔가…. 멋지다. 내가 자꾸 돌아와 책을 읽게 되는 건 나도 그런 책의 “멋진 느낌”을 책을 읽는다는 행위로 조금이나마 훔쳐오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책에는 이유 모를 끌림이 있다. 책은 뭔가 알게 모르게 끌린다. 이유없이 끌리는 이유는 앎에 대한 나도 모르는 갈증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세상 외에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유 모를 끌림이 있다.
아무튼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항상 책으로 돌아와있었다.
문제: 꾸준히 읽기가 어렵다
그렇게 항상 책으로 돌아오게 될 때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책을 꾸준히 읽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왜 그럴까? 누가 강제하지 않아서? 그거 조금 안읽는다고 안죽어서?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 주된 원인은 책읽는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때문인 듯 하다. 최근에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몇 번 읽다가 자꾸 책장에 꽂아놓고 잘 안 읽게 되었다. 조금 어려웠던 책이어서 손이 안 간 것도 맞지만, 내가 그 책을 읽기 싫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읽고 싶었지만, 습관이 안되어있다보니 잘 안읽게 된 것에 더 가깝다. 어떻게 하면 이 “습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 하다가 독서모임이 떠올랐다. 독서모임이라는 것으로 독서에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한다면, 나도 꾸준히 책을 읽는 “멋진 사람”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은 기대가 마음 속에 생겼다. 그래서 기대반,막연한 걱정반의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하는 독서모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막상 독서모임을 찾아보니 내가 원했던 모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바라던 조건은 다음과 같았는데.. .
- 자유로운 책 선정 내가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 적은 부담 모임 준비가 부담되지 않을 것. (미리 책을 읽어야한다던가… 발표할 준비를 해야한다던가…)
- 뭔가 끌림 왠지 모를 “끌림”이 있는 모임일 것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모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쉽겠니?)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이런저런 고민 하던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원하는 이런 독서모임을 내가 만들면 안되나?”. 이런 생각을 하고도 매번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다가. 어느 날 드디어 독서모임을 당근에 등록하게 되었다. 모임명은 <각자읽기모임>. 말 그대로 각자 읽는 모임이다. 꼭 우리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대상으로 모집하고 싶었지만, 어디다 올릴지 모르겠어서 그건 차차 고민해보기로했다.
2. 어떤 독서모임으로 만들고 싶은지?
그렇다면 스스로 이런 글까지 쓰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독서모임은 무엇일까?
1) 원하는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모임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일주일 중 하루 항상 같이 읽는 그런 시간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약간의 부담이 되면서도 안되는 강제성이 있다면, 나와 여러사람들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지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각자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모임
습관과 더불어 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독서는 취미인데, 이것조차 삶에 부담이 되기는 싫었다. 부담이 없기 위해서는 바쁘거나 힘들어서 책을 한 장도 못 읽은 주에도 모임에 편하게 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임을 시작할 때 책을 같이 읽는 시간을 1시간 두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동안 밀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 시간동안 여태 읽은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무나, 아무 준비 없이도 그냥 와서 책을 읽으면 되는 그런 부담없는 모임이 되기를 바랬다.
3) 그러면서 얻어 갈게 있는 모임
한편 부담이 없으면서도 얻어갈 게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각자의 책을 읽는 걸 떠나서, 서로 의미있는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읽고있는 다양한 책 주제들, 책 내용들, 그 책에 대한 그들의 생각들을 들으며 나혼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의견들을 들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이 없으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고민한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아무튼 얻어갈게 있는 모임이면 참 좋겠다.
4)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서울의 다양한 멋진 카페를 투어하는 모임
마지막으로는 나는 <각자읽기모임>이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서울의 다양한 멋진 카페를 둘러볼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매번 카페를 가게 될 때면, 집 근처에, 넓은, 작업하기 편한, 맨날 가던 카페만 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쁘고 멋진 카페가 너무나도 많은 서울에서 멋진 카페에 대해 조금 더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갈만한 기회들이 생각보다 없었다. 그래서 이 참에 매주 책을 읽는다는 핑계로 멋진 카페들을 여기저기 가볼 수 있는 모임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앞으로
꾸준히 책읽는 습관을 갖고싶다는 욕망과 그리고 마음에 꼭 맞는 독서모임이 없다는 작은 불만에서 시작하게 된 <각자읽기모임>. 이 모임이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모두 하나쯤은 배워가져갈 수 있는 모임. 덤으로 서울의 다양한 카페들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함께라면 좋겠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모임이다. 하지만 모임을 이어가며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필요하다면 고쳐나갈 생각이다. 완성된 형태라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